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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비참했던 2014년의 봄, 그리고 대한민국.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와 언론을 향한 질타가 점점 더 거세지던 즈음, SNS 상에서 한 동영상 클립이 사람들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미국 드라마 속 가상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담은 이 동영상은 진정한 언론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며 이에 대한 시민들의 갈급함을 더했다. ‘미드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불허전으로 인정 받는 <뉴스룸>이 국내에서 더 큰 주목을 받게 된 사연이다.


<뉴스룸>, 진정한 언론을 향한 여정

<뉴스룸>은 아론 소킨(Aaron Sorkin)HBO(Home Box Office)의 합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뉴스룸>의 총연출과 각본을 맡은 아론 소킨은 31살에 영화 <어퓨굿맨>의 작가로 할리우드에 데뷔했으며 이후 백악관을 배경으로 하는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영화 <소셜네트워크> <머니볼>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그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작가가 되었다. 아론 소킨의 파트너가 된 HBO<밴드 오브 브라더스>, <섹스 앤 더 시티>, <소프라노스>, <왕좌의 게임>, <로마> 등의 명작 드라마들을 제작해온 미국의 케이블 채널로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 진가를 인정 받고 있다. 당연하게도 이 둘의 만남은 <뉴스룸>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으며 2012 6월 첫 방영일에 지난 수년간 HBO에서 방영된 작품들의 첫 에피소드 중 가장 많은 200만명 이상의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게 된다. (2013 7월 시즌2가 방영되었으며, 2014년 가을 마지막으로 시즌3가 방영 예정이다.)


가상의 케이블 뉴스 채널인 ACN(Atlantis Cable News)의 보도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스룸>에서 주인공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진정한뉴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전문성과 너무나도 현실적인 인간성은 이 작품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또 뉴스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을 다룬 에피소드들은 몰입감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첫 에피소드에서 다룬 멕시코만의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를 비롯하여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후쿠시마 원전 방사선 유출 사고 등이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뉴스룸>이 우리에게 재미를 넘어선 감동을 선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기대하는 사명감을 지닌 언론의 모습과 그들의 진실을 향한 용기와 담대함을 목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뉴스룸>을 꿈꾼다: 손석희의 <뉴스 9>

언론을 향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뉴스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뉴스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낱 같은 희망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언론인 손석희의 앵커 복귀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은 JTBC <뉴스 9>이 바로 그 주인공. 2013 9, 첫 방송부터 파격적인 포맷과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뉴스 9>은 그 시작부터 <뉴스룸>과의 유사성이 큰 화제였다. 국내 최초로 뉴스 편집권과 인사권을 지닌 앵커 중심의 시스템을 도입한 점, 심층적인 보도를 위해 흥미 중심의 기사를 지양하고 중요한 이슈에 대한 다각적인 콘텐츠로 구성되는 점이 대표적인 공통점이다. 프로그램 포스터의 닮은꼴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미심장하게도, 첫 방송 이후 연속된 단독 보도를 통해 꾸준하게 시청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온 <뉴스 9>이 그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 계기가 바로 세월호 사고다. <뉴스 9>은 지상파 방송과 여타 종편 채널들이 자극적이고 편협적인 보도로 여론의 뭍매를 맞고 있을 때, 사실에 입각한 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었다. 2014 4 29, 민간 잠수사와의 단독 인터뷰를 포함한 중요 보도를 바탕으로 5.4%의 시청률을 기록, 온라인 시청층을 감안하면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사실상 뛰어넘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2014 5,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JTBC가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시민이 가장 신뢰하는 방송 1위를 차지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위기의 신뢰 사이에서핵심 가치의 확립

<뉴스룸> <뉴스 9>의 공통적인 핵심 가치는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한편으로 권력에 복종하며또 한편으로는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천민 언론이 쓰디쓴 핵심을 간과하고 달콤함이 흘러 내리는 주변부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을 때시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큰 화제를 몰고 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물의 가십 보도 사이에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자를 선택하는 <뉴스룸>의 사명감그리고 다른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언급하지도 않는 대기업과 정부의 속살을 다룬 기사를 발굴해서 보도하는 <뉴스 9>의 진정성이 바로 이들에 대한 신뢰감이 피어 오르는 지점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둘 모두 위기를 통해 견고한 신뢰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뉴스룸>의 첫 장면패널로 참석한 좌담 프로그램에서 왜 미국이 위대한 나라인지를 묻는 한 여대생의 질문에 대한 직설적이고 위험한 대답으로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주인공그리고 세월호 구조자와의 인터뷰 중 후배 앵커의 부적절한 질문으로 인해 전체 보도국이 큰 타격을 입은 <뉴스 9> 모두 중대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그러나 이 상황들은 훌륭한 리더십을 통해 그들의 핵심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고결국 더 굳건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위기를 회피하고 벗어나야 할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고 핵심 가치를 재발견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또 다른 기회로 삼는다면 새로운 차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본보기이다.   


핵심 가치의 확립이 절실한 우리의 기업들

어느 기업에게나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위기는 그 기업의 핵심 가치가 부재하거나 흔들리기 시작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상황회피용 전술에만 의존하는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진정성도 느낄 수 없다.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횡포가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한 국내 기업이 사장단의 공개 사과 후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 아닐까?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확고히 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 이것이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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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프로그램 진행 중에 총격 사건으로 한 여성 하원 의원이 총격을 당했다는 속보가 들어온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를 포함한 다른 방송에서 사망 속보를 전하는 상황.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릴 것을 우려한 경영진은 사망 속보를 내보낼 것을 강요하지만 뉴스 제작진은 경찰이나 의사로부터 아직 사실 확인을 하지 못했다며 총격 사건이 일어난 사실만을 뉴스로 내보낸다. 결국, 의원이 수술 준비 중이라는 사실 내용을 확보하고 해당 내용을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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