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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이한 행적을 보인 작곡가들이나 연주자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매월 교회로부터 받았던 월급봉투를 버리지 않고 보관한 꼼꼼한 성격의 바흐, 레슨 중에 제자의 어깨를 물어 뜯은 성질 급한 베토벤, 스승의 애인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인 바그너 등등. 그리고 20세기의 아티스트 중 단연 돋보이는 기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바로 글렌 굴드(Glenn Gould, 1932-1982).


글렌 굴드, 기행의 아이콘                                                                                                                      

글렌 굴드는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서 온갖 기행으로 점철된 50년의 일생을 살았다. 1955, 미국 뉴욕에서 가진 데뷔 연주회를 통해 CBS와 녹음 계약을 맺은 그는 같은 해 6, 그의 첫번째 음반이자 전설로 남게 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하게 된다. 굴드의 기행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6월의 무더운 여름, 굴드는 두터운 코트에 베레모, 머플러, 장갑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입은 모습으로 녹음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연주를 시작하기 앞서 더운 물에 손을 20분간 담그고 자신이 준비해온 수건으로 손을 닦은 뒤에 그의 아버지가 직접 제작한 의자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굴드의 음반이라면 크든 작든 분명히 들을 수 있는 허밍 소리와 함께.


그의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4, 돌연 모든 콘서트 일정을 취소하고 그 후로는 단 한 차례도 공개된 장소에서 피아노를 연주하지 않았으며, 그 대신 음반 녹음에 치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외에도 작가, 작곡가, 지휘자 등으로서 활동함) 클래식 연주자에게 있어서 콘서트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점, 굴드 그 자신이 콘서트 현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피아니스트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지나칠 정도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던 셈이다.






선택과 집중에 대한 굴드의 천부적 재능                                                                                                     

위에 언급한 대표적인 기행들을 포함한 글렌 굴드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굴드의 천부적 재능 (또는 본능)이다. 굴드는 콘서트 연주를 과감하게 정리한 뒤, 음반 녹음을 자신의 예술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채택했으며, 당시로서는 매우 급진적인 부분 샘플링 방식(여러 번 연주를 통해 가장 좋은 부분만을 샘플링해서 전체 곡을 완성하는 방식)을 도입해서 최고의 완성도를 가진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평생 동안 지나친 편식으로 일관한 그답게, 좋아하는 작곡가와 곡들도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는데 굴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곡가는 바로 바흐였다. 그가 어떤 곡이든지 재녹음을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깨고, 26년 전 자신이 처음 녹음했던 장소에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다시 녹음한 것도 바흐에 대한 그의 집중과 기술적 진보에 따른 그의 도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기업의 선택과 집중, 선택이 아닌 필수                                                                                                       

대표적인 기업 구조 조정 성공 사례로 회자되는 GE의 케이스는 굴드가 보여준 선택과 집중이 기업 현장에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1980년대 초반까지 350개의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던 GE는 잭 웰치 회장의 취임 후, 산업별 1,2위 사업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들을 정리해서 13개 사업부로 구조 조정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1990년대 수익율이 590%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유니레버의 경우, 1999년에는 무려 1,600개의 브랜드를 운영했으나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전체 브랜드의 25%에 해당하는 400개의 파워 브랜드에만 60억 달러의 마케팅비를 투입, 성과를 개선하는 데에 성공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선택과 집중은 기업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정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포기하는 용기,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굴드가 콘서트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 내려 놓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었다. 그의 연주에 대해 청중은 물론 비평가들까지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시기에 그 인기를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용기는 물론 앞으로 닥칠 비난과 조롱을 감수해내기 위한 용기 말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포기하는 용기를 보여주었고 음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잭 웰치 회장의 후임으로 2001년 취임한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헬스 케어/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미래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저성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용단을 발휘하는데 이를 통해 신성장 엔진 7, 수익 엔진 4개의 11개 사업부로 재조정에 성공, 지금까지도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기업들도 글렌 굴드가 그러했듯이 지금 누리고 있는 안주함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성취의 즐거움을 맛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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