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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경영대학 웹진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본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올해는 ‘SF 블록버스터 풍년’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대작 SF영화들이 여럿 개봉했고, 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리즈 영화의 최신작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5월에 개봉하여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이제 막 흥행 시험대에 오른 <쥬라기월드>, 그리고 7월 개봉 예정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듯 닮은 세 작품의 공통점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헐리우드의 전매특허, 시리즈 영화

첫째, 앞서 말씀 드린대로, 이들 작품은 세 편 이상의 전작이 있는 대표적인 헐리우드의 시리즈 영화입니다. <매드맥스:분노의 질주>는 원작 <매드맥스>(1979), 그리고 <매드맥스2: 로드워리어>(1980), <매드맥스 썬더돔>(1985)의 뒤를 잇는 30년만의 후속작이지요. <쥬라기월드>의 경우, <쥬라기공원>(1993),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1997), <쥬라기월드3>(2001) 이후 14년만의 등장이고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사연이 조금 더 복잡합니다. <터미네이터>(1984),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의 오리지널 2부작이 큰 성공을 거둔 뒤, 10여년이 흘러 속편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등이 제작되었지요. 나머지 두 작품에 비해서는 공백 기간이 짧은 셈입니다.


롱런의 비결, 감독과 배우의 의리

두번째 공통점은 시리즈 원작에 참여했던 감독과 배우들의 의리입니다. <매드 맥스: 분노의 질주>는‘<매드 맥스>시리즈의 아버지’인 조지 밀러 감독이 30년이라는 세월을 역주행하며 다시 한 번 연출을 맡아 시리즈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또, 1979년 원작에서 악역 토커터를 열연했던 휴 키스번이 새로운 악당 임모탄 역을 맡은 것도 큰 화제였지요. <쥬라기공원>의 연출을 통해 할리우드 거장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총 제작자로서 <쥬라기월드>에 참여,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영원한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다시 T-800으로 등장합니다. 혹독한 트레이닝과 ‘약간’의 최신 CG 기술을 통해 30년 전 ‘젊은’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완벽 재현했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아쉬운 성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공통점은, 원작의 ‘대박’ 이후 속편들은 그렇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매드 맥스>는 35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고효율 흥핵 작품’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속편들의 흥행 성적은 1편의 그것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쥬라기공원>의 속편들은 상태가 조금 심각합니다. 6,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1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1편이 모든 행운을 소진한 듯 <쥬라기공원2: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공원3> 모두 흥행에 실패하고 맙니다. <터미네이터2>의 경우, 1편 대비 수익 규모가 4배 이상으로 ‘속편의 저주’를 걷어찬 대표작으로 유명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떠난 뒤에 제작된 3,4편의 흥행 실패는 제작사들을 문닫게 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시리즈 영화의 새로운 시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리즈 영화들이 계속 제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래도 흥행에 실패할 위험이 보통의 영화들보다는 적기 때문이지요. 영화 개봉 초기가 흥행 성적을 가름하는 중요 지점이라고 본다면 초기 관객 확보가 용이한 시리즈 영화는 흥행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이미 알려진 영화 브랜드 덕에 상대적으로 적은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다는 것도 또다른 장점입니다.


물론 시리즈 영화의 속편이 지니는 한계점은 분명합니다.원작의 틀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속편의 경우 서사의 확장성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지요. 속편이 원작의 평가를 뛰어넘는 경우가 드문 이유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방식의 시리즈 전개 방식이 등장합니다.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스핀오프’나 원작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퀼’ 등이 있는데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방식은 주요 캐릭터와 설정만을 그대로 둔채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는 ‘리부트’입니다. 배트맨 시리즈의 새로운 서막을 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을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매드 맥스: 분노의 질주>, <쥬라기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은 그 방식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이야기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리부트’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기업에게 ‘리부트’가 필요할 때: 피벗(Pivot)

기업들도 ‘리부트’가 필요한 시점이 있습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로 인해 성장의 벽에 부딪힐 때가 특히 그렇죠. 시리즈 영화의 ‘리부트’처럼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이 현재 비즈니스모델의 일부를 중심축으로 전략적 전환을 모색하는 것을 피벗(pivot)이라고 합니다. 피벗의 사전적 의미(‘한 발을 축으로 하여 회전하는 것’)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르지요. 피벗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린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Eric Ries)는 피벗에 대해 여러가지 정의를 내렸는데요, “목표(비전)는 변함 없이 전략을 수정하는 것’,  “제품, 전략, 성장 엔진에 대한 새롭고 근본적인 가설을 테스트하려고 경로를 구조적으로 수정하는 것. “한 곳에 발을 단단하게 디디고 다른 발을 새로운 방향으로 내딛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표적인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의 전신은 Burbn 이라는 서비스로 현재의 인스타그램보다는 조금더 복잡한 앱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사람들이 다른 기능은 관심이 없고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에만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파악한 창업자들이 과감하게 다른 기능들을 없애고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기능만 강화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유튜브가 온라인 비디오 데이트 웹사이트로 출발했다가 사용자를 얻지 못하고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로 방향을 바꿔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도 유명한 피벗 사례이지요  


현실에서 피벗 결정을 내리기 위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부의 오해처럼 ‘완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낡은 것은 다 버리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피벗과는 거리가 멀지요. 에릭 리스의 정의처럼 목표(비전)는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본래의 비지니스 핵심을 강화하기 위한 고객 만족 전략이 무엇인지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시험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세 작품의 리부트 전략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셈이지요. 원작의 정신을 온 몸으로 이해하고 있는 원년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각 작품들이 관객 만족을 위해 쏟아부은 시간의 양과 질이 되겠지요? 노력한 모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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