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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경영대학 웹진에 연재 중인 글입니다. 본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제가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SF콘텐츠는 ‘최초의 과학소설’인데요, 여러 이견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1818년 메리 셸리 作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입니다. 짧게 <프랑켄슈타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초판 발행 당시에는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익명으로 출간되었는데, 그 당시 메리 셸리는 10대 후반의 소녀였습니다. 놀라운 재능을 지닌 이 어린 소녀가 거대한 세상으로 연결된 비밀문을 열고 말았지요.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생계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개정판을 출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괴물을 만들어낸 주인공의 이름(빅터 프랑켄슈타인)입니다. 빅터는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the creature)에게 어떠한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으니깐요.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장르의 SF콘텐츠에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여럿 제작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괴물의 모습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1931년 제임스 웨일(James Whale) 감독의 작품과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가 괴물로 분한 1994년 작품이 대표작입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원작을 차용한 작품들 외에도 인간 복제와 같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미치광이 과학자 캐릭터나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탄생한 괴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콘텐츠들의 경우 대부분 그 원형을 <프랑켄슈타인>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프랑켄슈타인>이 지금처럼 ‘SF의 어머니’ 대접을 받기 시작한 시점을 1960년대 미국의 SF 부흥기로 보는 것이 정설이지만, <프랑켄슈타인>이 시발점이 되어 19세기 중반 쥘 베른, H.G.웰즈와 같은 ‘SF의 아버지'들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본격적인 SF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초의 SF, <프랑켄슈타인>은 와해성 혁신(Disruptive Technology)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념(또는 이론)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1995년 자신의 논문 “Disruptive Technologies: Catching the Wave”를 통해 처음 제시하였습니다. 선도기업들이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점진적인 제품 개선과 급진적인 혁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기술S곡선*과 기술수용곡선**을 전략적으로 잘 관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발기업들에 의해 몰락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죠.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혁신은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와해성 혁신으로 구분됩니다. 선도기업이 기술 개선을 통해 높은 가격에 고급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존속적 혁신, 기존 제품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와해성 혁신입니다. 와해성 혁신 전략은 저렴한 가격에 기초적이고 편리한 기능을 지닌 저사양(Low-end) 제품을 제공하여 덜 까다로운 고객군을 공략하거나 미개척 시장에서 새로운 차원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 등을 포함하고요.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공상 속 미래의 모습을 그려온 유토피아 문학이나 비현실적 세계를 다루는 환상 문학은 큰 인기를 끌면서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선도기업이었던 셈이지요. 이들의 성벽을 뛰어넘은 SF만의 새로운 가치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균형감각과 깊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공상, 논리와 상상력 사이의 멋진 균형, 그리고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그렇게 거대하고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끝.


* 기술S커브: 새로운 기술이 초반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갑자기 폭발적 성장 궤도를 그리고 어느 시점에 이르면 정체되다가 사라지는 현상을 설명

** 기술수용곡선(Technology Adoption Curve): 새로운 기술이 사용자들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모형 으로 수용 순서에 따라 5개의 사용자 그룹으로 분류. 혁신확산이론(Innovation Diffusion Theory)으로도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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