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인터뷰
모기에 관한 루머는 끊이질 않았다. 누군가는 명확한 근거 없이 모기가 자신의 피를 선호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모기에 물린 곳에 손톱을 이용해 십자 모양으로 자국을 만들면 그 날은 더 이상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장 설득력 있었던 루머들 중 하나는, 모기들이 방 안에 불이 환할 때는 숨어 있다가도 우리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등장해, 우리의 귀 주위를 맴도는 것은 갓 잠이 든 인간의 귀 근처에서 빨아들인 피가 가장 맛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었다. 하지만 이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기는 우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기들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모기들과 피를 나눈 혈맹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런 모기들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무관심했으며, 때로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모기향, 모기약 등으로 그들을 무참히 처리하거나, 방충망으로 소통 자체를 차단하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인간과 모기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양 종족 간의 전쟁으로 치닫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판단 하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국제 흡혈 모기 협회 한국 지부 소속의 간부급 모기에게 접촉해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류성한(이하 류): 바로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모기(이하 모): 네, 원하던 바입니다. 요새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내도록 하지요.
류: 네, 알겠습니다. 요새 한국에서는 가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기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모: 사실 저희도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인간들이 모기들은 여름에만 활동 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여름 이외의 계절에 등장하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욕을 먹게 되는 상황인데요, 사실 저희들도 나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고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활동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류: 그 가이드라인은 어떤 것이죠?
모: 일종의 활동 지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 세계의 모기들은 이 활동 지침에 따라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의 지침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활동이 가능한 온도의 범위에 관한 것으로 모든 모기들은 인간의 기준으로 대략 14도와 41도 사이에서만 활동을 해야 합니다. 간혹 가다 그 범위 밖에서도 활동을 하는 모기들이 있는데 대부분 제 풀에 꺾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번째 지침으로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혈액을 섭취할 수 있는 자격 조건에 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모든 모기들이 인간의 혈액을 섭취한다고 생각하지만 모기 사회에서 흡혈이 가능한 부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산란기에 있는 암컷 모기만이 흡혈이 가능합니다. 그 외의 모기들은 다른 곤충들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을 섭취합니다.
류: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산란기에 있는 암컷 모기만 흡혈이 가능한 이유가 있나요?
모: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것은 모기 입장에서도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들이 목숨을 걸고 흡혈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의 이유, 바로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입니다. 평소에 먹는 식물의 즙액이나 과즙으로는 우리의 새끼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더 많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들의 혈액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류: 모기의 모성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군요. 약간 주제를 바꿔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흡혈 대상을 선정하시나요?
모: 인간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루머들이 있고 실제로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실험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개의 모기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냄새입니다. 땀냄새든지 향수 냄새든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자극적인 냄새를 따라가게 됩니다. 사실 모기들에게 이성이라는 부분이 크게 존재하지는 않지만, 자극적인 냄새를 맡게 되면 그 조금 있는 이성도 금방 상실하게 됩니다.
류: 선호하는 흡혈 대상이 있다면?
모: 아무래도 질긴 피부와 걸쭉한 혈액을 가진 노인들보다는 부드러운 피부와 맑은 피를 가진 어린이들을 선호합니다. 모기들 사이에서도 이왕 목숨 걸고 흡혈하는 거, 더 좋은 피를 빨자는 분위기가 대세입니다. 게다가 노인들의 질긴 피부에 대롱이 박혀서 목숨을 잃은 모기들의 이야기들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는지라 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류: 모기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새로운 무기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까?
모: 사실 우리가 인간들 입장에서 위생해충인 것은 사실입니다. 동기나 의도야 어찌되었든 간에 우리들이 치명적인 병을 옮기기도 하니깐요. 하지만 바로 옆에서 동족의 처절한 죽음을 바라보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모기 사회 내에서도 인간들의 집요한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말씀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이 특급기밀사항이고 또 특히나 인간이시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류: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번 질문은 약간 불편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모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가요?
모: 저희들 입장에서도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약간의 분쟁이야 존재했지만 그런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 모기들과 인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인간들이 무절제하게 공장들을 건설하면서 우리들의 원수들인 미꾸라지와 송사리들이 급속도로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기들은 이제 우리 세상이 찾아왔다면서 쾌재를 불렀죠. 하지만 그 행운이 이런 재앙을 불러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모기 사회는 급속도로 팽창해 갔고, 그 결과 모기 사회 내부에서 한정된 흡혈권을 쟁취하기 위한 분쟁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와의 본격적인 반목이 시작되었죠. 결국 세계 곳곳에서 많은 모기들이 다양하고도 잔인한 살상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류: 그렇다면 인간과 모기 사회가 화해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모: 모든 해결의 열쇠는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계라는 시스템의 가장 상위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그 외부에서 감독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따라서 생태계가 원래의 모습대로 회복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인간입니다. 우리 주위의 동족들이 송사리나 미꾸라지에게 혹은 인간에게 목숨을 잃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대부분의 모기들은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모기들이 안전하게 흡혈을 하고 또 후손들을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우리 모기 사회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 그것의 부작용을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생태계 속에서 자연스러운 크기와 역할을 감당하는 모기 사회, 그리고 이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간들의 의지와 노력. 이것이 바로 문제 해결을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류: 마지막으로 인간들에게 한 말씀
모: 돌아다니다보면 모기에게 안 물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인간들이 보입니다. 우리들 심리도 이상한 것이 꼭 그런 사람들 피를 꼭 빨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완전한 오픈 마인드로 우리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의를 베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요. 우리 모기들을 대할 때, 너무 벌레처럼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자연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처럼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무리한 부탁인가요?
류: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군요. 좋은 말씀들 감사드립니다.
모: 별 말씀을요.
모기는 엥~ 소리를 내며 인터뷰 장소를 떠났다. 그 날 밤, 나는 오픈 마인드를 실천해 볼 요량으로 모기향을 피우지 않고 창문을 연 채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오른발에 3방, 왼팔에 4방, 오른손에 2방을 물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온 몸을 벅벅 긁어대고 있다. 인간과 모기와의 화해는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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