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의 기본 자세

2006년, 국내 최고의 클래식 공연기획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당시, 저를 전설의 인턴으로 만들어 준 인턴 매뉴얼을 작성하면서 매뉴얼의 맨 앞에 실었던 프롤로그입니다. 제가 쓰긴 했지만 너무나도 감동적이네요. 한 번 음미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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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생활 동안 다음의 조언들을 항상 마음에 새겨두시길 바랍니다.

1. 항상 배우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러하듯 크레디아의 인턴들도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만한, 아주 그럴듯한 일들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씩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멋진 일들을 할 때도 있겠지만, 또 가끔씩은 친한 친구들에게만 말할 수 있는 그런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무슨 일을 하는가(what to do)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떻게 하는가(how to do)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여러분들이 무슨 일을 하시든지 항상 배우는 자세로, 겸손한 자세로 임하시기 바랍니다. 밀려오는 잔업무에 짜증과 불평이 함께 한다면 여러분의 인턴생활은 실패하게 될 것이고, 단지 무거운 박스를 나르더라도 배우는 자세로, 기쁜 마음으로 한다면 그 곳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2. 모든 업무를 애인에게 하듯 하라.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80% 정도 진행되었을 때,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이 정도 하면 된 것 같은데 그만 할까?’ 여기서 그만 두면 잘해봐야 80점짜리 인생을 살게 됩니다. 무슨 일을 하시든지 애인에게 하듯 전력투구하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팁을 드리자면 어떤 업무를 지시 받았을 때 그 업무의 성격과 내용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연히 하나를 이야기했을 때 열을 이해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업무의 진행 방향이나 형식에 관해서 담당자와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중간중간 담당자에게 확인을 받는 일도 담당자를 귀찮게 하는 일이 아니라 업무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항상 최고의 결과를 기대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최악의 결과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3. 항상 상대방의 관점으로 생각하라.

모든 업무를 진행할 때에는 그 업무와 관련된 사람들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시 받은 업무를 처리할 때에는 담당자의 입장에서 그 업무를 이해해야 합니다. 나의 입장과 상황에서 어떤 업무를 해결했을 때, 그것이 담당자의 기대치(필요한 정보의 질과 양과 관련한)를 넘겼을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공연 홍보를 진행할 때에도 공연을 관람하게 될 사람들의 관점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예상 질문 만들기, 시뮬레이션 해보기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간 엄수, 주인의식 가지기 등의 기본적인 마인드 셋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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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준 사랑의 피드백

언젠가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 준 피드백 파일을 발견했습니다. 후배와 함께한 시간들을 생각하며 적어나갔지만, 결국 다 쓰고보니 저를 포함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한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죠. 후배의 인권을 위해 후배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 그 내용만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올 한 해에는 모두가 더 나아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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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항상 너에게 유익한 사람은 아니다: 너는 너를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는 사람에게 완전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가 나중에 사기 당할 확률이 높다. 너에게 우호적인 것과 별개로 너에게 유익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함 (특별히 비즈니스 상황에서)

2. 스타일을 만들어 가라: 너를 생각하면 너를 떠올릴만한 인상 깊은 부분이 없는 것 같다. 파트너에게 인상/호감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함. 머리모양이나 안경, 옷차림 등과 같은 외적인 부분이나 그 외의 내적인 부분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을 권함.

3. 디테일을 신경 쓰라: 같이 일을 할 때 네가 한 사소한 실수를 내가 수정하는 경우가 참 많았음. 리더에게는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할 때가 많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면 시간을 투자해서 확인 또 확인하는 수 밖에 없다.

4. 청결함을 유지하라: 힘들더라도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면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라. 부시시한 머리나 지저분한 수염 자국은 결정적인 마이너스 요소이다. 같은 옷을 몇 일 동안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옷이 두벌이라도 3일씩 입는 것보다 두 벌을 매일 번갈아 입는 것이 좋다.

5. 평정심을 유지하라: 화가 날 때에도 말투나 표정을 관리하고 아주 기쁠 때에도 너무 티나게 표시하지는 말 것

6. 지나치게 몸을 낮추지 마라: 막내이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몸을 낮추는 것은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거나 나중에 우습게 보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적당한 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7.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겉으로만 받아들이는 척 하지 말고 곰곰이 그 의견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연습을 할 것. 의견을 받아들이는 척 하는 것은 반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

8. 자신의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라: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것. 잘못한 것이 맞는데 괜히 고집을 부리거나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 객관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판단하고 그에 합당하게 대응할 것.

9.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이 부분은 디테일에 약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노력이 부족한 것이 더 크다고 생각됨. 실수했던 것을 노트에 적고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마음에 새길 것.

10. 일관성을 유지하라: 하나의 이슈에 대해서 기분 따라, 상황 따라 변하지 말 것. 상대방의 똑 같은 인풋에 대해서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음

11. 다리 떨지 말아라: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정 안되면 일어서서 일할 것.

12. 자존심을 버릴 땐 과감히 버리고, 챙길 땐 확실히 챙기라: 버려야 할 때 챙기고 챙겨야 할 때 버리는 경향이 있음. 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것

13. 생각을 정리하고 이야기하라: 자승자박하는 경우가 많음. 키워드를 머리 속으로 정리한 뒤에 두괄식으로 말하는 연습을 할 것.

14. 많이 듣는 연습을 하라: 듣는 게 가장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임. 연습이 필요한 부분인데 처음에는 적는 연습을 많이 하고 그게 익숙해지면 머리 속으로 상대방의 말을 정리하는 연습을 할 것.

15. 있는 척 하지 마라: 이야기를 부풀려서 하지 말 것. 가진 게 10이면 8 정도만 이야기하고 2는 피드백을 통해 전달할 것.

16. 책을 더 많이 읽어라: 6개월 동안 어떤 책이든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음.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며 실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 너는 온라인 경험이 많아 온라인 내공은 강할지 모르나 책을 안 읽기 때문에 실질적 내공이 적은 것임

17. 기본적인 에티켓을 갖춰라: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매너가 부족함. 학교에서 교양 수업을 하나 듣든 책을 읽든 기본적인 부분을 학습할 필요가 있음.

18. 메모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라: 메모하거나 정리하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함. 습관적으로 메모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가 필요함

19. 약속을 꼭 지키고 책임감을 가져라: 약속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음. 이는 전적으로 책임감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자기가 한 약속에 대해서는 꼭 기억하고 지킬 수 있는 책임감이 필요함

20. 시간 개념을 명확히 해라: 이 부분은 나도 할 말은 없다만, 출근 시간 등의 시간 약속을 꼭 지키는 것과 하나의 이벤트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하는 능력이 필요함. (이동시간, 모임 등)

21. 상황이나 다른 사람 핑계 대지 말아라: 이 모습을 자주 봤는데, 다른 사람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야 함.

22. 컨텍스트(상황)를 잘 판단하라: 조금만 생각하고 고민하면 알 수 있음. (듣는 모습 필요)

23. 하기 싫은 일을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라: 온 몸으로 저항하는 모습이 역력함.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하는 수 밖에 없음

24. 건강관리에 유념하라: 식탐은 의지로 조절 가능한 문제임.

25. 도움을 주는 것보다 피해를 안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을 주는 것은 눈에 잘 안 띄지만 피해를 주는 것은 눈에 확 띄게 마련임.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좋으나,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피해를 꼭 고려할 수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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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문화의 상품화와 물신화>, 21세기 새로운 문화 만들기

예술사회학이라는,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학문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19세기에 시작된 근대화를 통해서 각 예술 장르가 어떻게 상업화, 물신화 되어갔으며 그 결과로 나타난 대중문화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근대화가 예술 혹은 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묻는다면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찝찝함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문화 향유계층이 귀족들에서 부르주아 계급으로, 또 일반 대중들로 확대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긍정적인 결과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고급)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서 그 자신의 계급이 구분되었던 ‘고전’ 사회에서는 일반 대중들이 예술에 접근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혹 접근할 수 있었다 할지라도 교육 받지 못한 그들에게 오페라나 클래식 연주회 같은 ‘예술’은 무척이나 고리타분한 딴 세상 이야기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근대화로 인한 예술의 상품화와 물신화가 예술의 ‘질’을 떨어트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대중예술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히 ‘오락적’인 부분이야 있지만 ‘고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이미 17세기에 몽테뉴와 파스칼이 대중문화에 관한 현대의 논의를 거의 원형적으로 드러낸 바가 있다. 몽테뉴는 “대중예술은 오락으로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그의 견해에 파스칼은 이러한 견해에 대해 “오락과 현실도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가피한 욕구이지만 인간만이 가진 보다 고상한 노력으로 그러한 욕구는 억제되어야 한다.” 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누구의 의견이 옳다고 판단내릴 수야 없지만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몇 해 전부터, 고급예술의 대중화, 대중예술의 고급화라는 그럴듯한 구호가 문화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예를 들자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해설이 있는 클래식 음악회를 기획한다거나, 무언가 철학이 있고 작품성이 뛰어난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의 시도들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들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긍정적인 대중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의견을 뒷받침해주는 주장이 책에도 등장하는데 바로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이다. 그는 고급예술과 대중문화를 객관적으로 서로 연관되고 변증법적으로 상호 의존하는 현상으로 다시 말해 자본주의 아래서 생산되는 미적 산물의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형태의 쌍둥이로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책은 유의미하지만 약간은 싱거운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상품화된 미적 산물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발전시키는 것이라. 분명히 쉬워보이지는 않지만 그 과정들을 통해서 새로운 차원의 문화, 새로운 개념의 예술이 등장하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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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체험의 경제학>, 모든 비즈니스는 연극의 무대!

상품과 서비스를 넘어선 ‘체험의 경제’가 시작되었으며 이러한 ‘체험의 경제’에서는 모든 비즈니스가 연극의 무대다, 라는 컨셉으로 시작한 이 책은 ‘체험 경제’가 어떻게 구성되고 진행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환경 하에서 비즈니스와 연극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전반부를 차지하는 체험 경제에 대한 부분에서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비즈니스와 연극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많은 적용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체험 경제의 다음 단계로서 저자가 언급한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문화산업의 미래와 이상향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주었다.

저자가 반복해서 이야기했던 경제 패러다임의 진화 방향을 보면서 떠올린 것은 다름 아닌 매슬로우(Maslow)의 인간 욕구 단계(Hierarchy of needs)였다. 범용품을 시작으로 제조품, 서비스, 체험, 그리고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가치의 발전 방향과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사이에서 유사점을 발견한 것이다. 기본적인 욕구와 필요(Physiological & Safety)를 충족시키는 범용품과 제조품의 단계를 지나서 체험을 통해 어떤 애정과 소속감(Love&Belonging)을 느끼게 되고 궁극적으로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에서는 자기 존중(Esteem)과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에 이를 수 있게 되는 이 일련의 과정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유사점은 많은 의문들과 생각들을 이끌었는데 그것들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체험 경제와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문화산업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사람(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변화(트랜스포메이션)를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그 답을 ‘지혜’에서 찾았는데 이것이 또다른 의문을 이끌어낸다. ‘지혜는 어떻게 습득(혹은 개발)시킬 수 있을 것인가?’ 존 댈라 코스타(John Dalla Costa)는 그의 책 『노동의 지혜(Working Wisdom)』에서 지혜야말로 체험의 성과라고 이야기 한다.

답은 점점 더 명확해진다. 문화를 그리고 문화산업을 공부하는 우리들(트랜스포메이션 유도자)은 사람(고객 혹은 열망자)들의 연기를 돕기 위해서, 즉 열망을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 지혜가 필요한 것이며 그 지혜는 다양한 체험과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점점 더 명확해진다. General Specialist가 되기보다는 Special Generalist가 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 세상에서 나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트랜스포메이션 경제를 맞이하는 나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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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별짓기>, 멀고도 먼 어깨동무.

문화와 경제를 이야기할 때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경제학자 중의 하나가 베블런이 아닌가 싶다.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내세웠던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여가‘의 개념은 지금의 문화산업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큰 관점들 중의 하나이다. 유한계급이 자신들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는 그의 주장은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살펴보았을 때에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여기 부르디외도 구별짓기(Distinction, 디스뗑끄시옹)라는 다른 이름으로 인간들의 과시적 행위를 이야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구별짓기란 바로 ‘남들로부터 자신을 구별하여 두드러지게 하는 것’ 으로 ‘계급분화와 계급구조를 유지하는 기본원리 중의 하나‘ 이다. 부르디외는 경제적, 사회적 계급을 논하면서 결국은 그 계급별로 가지는 학력자본이나 문화자본, 사회자본 등을 통해 새로운 잣대의 계급구조로 다시 재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그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정통 문화를 몸에 익히거나 주입 받으면서 획득한 성향을 바탕으로 하는 무의식적 학습을 통해 ‘구별된’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상위 계급들은 반복되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책 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된다.

흔히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그것을 향유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교육과 학습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이야기한다. 어떠한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것은 고급예술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대중예술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급예술을 제대로 향유하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을 비롯한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또 이러한 부모들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계급을 물려받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될수록 경제적, 문화적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것이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을 선택의 문제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레벨의 문제이다. 고급예술이 더 좋고 더 우월하다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클래식이나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예술들은 그들의 선택 가능한 대안들의 목록에 없다. 선택의 문제는 수준이 동일한 선상에서야 겨우 얼굴을 내밀 수 있다. 결국 사회적 계급의 대물림이 이러한 문제들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취향을 가지고 똑같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그것이 ‘고급’예술이라고 할지라도 절대로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제공해 주기 위한 노력들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은 대중예술‘만’ 아는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고급예술‘만’ 아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유익하다. 다른 것을 알고 경험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곳을 더욱더 ‘두터운’ 사회로 만들어 나가는 데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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