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인권을 위한 르봐이예 분만, 그리고 <평화로운 탄생>
출산이 다가오면 결정 내려야할 것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분만 방식의 결정이 아닐까요? 분만 방식에 따라 아기가 받는 출산 스트레스의 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겠죠. (분만 시 아기가 받는 스트레스가 산모의 그것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흔히 인권 분만이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르봐이예 분만’이라는 분만방식이 있습니다. 사실 분만’법’이라기 보다는 분만’철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이 분만’철학’은 1975년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프레드릭 르봐이예(Frederick Leboyer) 박사가 출간한 책 <Birth Without Violence> (우리나라에서는 <평화로운 탄생>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를 통하여 전 세계에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만 명 이상의 아기를 받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나 산모의 입장이 아닌 아기의 관점에서 출산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책이죠.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표현이 왠지 시적이더군요.)
르봐이예 박사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이전까지의 분만 방식은 아기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와 병원의 편의에만 따른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아기를 배려하고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분만 방식이 필요하다!
르봐이예 박사는 자신의 책에서 이전에 이루어지던 어른들 중심의 분만 장면을 아래의 사진과 함께 다음처럼 묘사합니다.

형용할 수 없는 분노의 얼굴, 번개 맞은 사람처럼 움켜쥔 손은 머리에 달려 있는 듯 붙어 있고, 벼락맞아 죽기 일보 직전의 부상병처럼, 만신창이가 된 아기, 이것이 탄생이라고? 이건 살인이다.
또 스스로 첫 호흡을 내쉬어야 하는 아기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아래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불은 피부를 태우고, 눈에 화상을 입히고, 온몸을 휩싼다. 불쌍하게도 아기는 이 불덩이를 삼키는 경험을 한다. 회상해 보라. 처음 경험했던 담배 한 모금, 위스키 한 잔, 눈물이 나고 가슴이 콱 막히는 것 같았던 기억들. 아기가 공기를 처음 폐로 들이마실 때의 기분이 그렇다.
갓 태어난 아기를 거꾸로 들고서 엉덩이를 딱!하고 때리는 장면이 너무나 익숙한 우리들이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아기들이 받을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르봐이예 박사가 제안한 인권 분만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르봐이예 분만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기의 시각을 보호하기 위하여) 분만실의 조명을 최소화한다
2. (아기의 청각을 보호하기 위하여) 분만실에서의 대화는 조용히 하고 뱃속에서 많이 듣던 음악을 들려준다.
3. (아기의 촉각을 보호하기 위하여) 태어나는 즉시 엄마의 품 안에 안기고 젖을 물린다.
4. (아기의 호흡을 보호하기 위하여) 5분 후에 혈액의 흐름이 멈춘 후에 탯줄을 자른다.
5. (아기가 처음 겪는 중력에 대한 배려로서) 신생아를 물에서 놀게 한다.
오래 전부터 저희 부부는 르봐이예 분만을 통해 아기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울지 않고 빙그레 웃는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저의 질문에 르봐이예 박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대답합니다. 아래의 사진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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